7월 22일, 3주 전에 한국에 계신 아버지한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화면을 보자마자 눈에 띄게 살이 말라버린 아버지를 보고 직감했다.
2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으시고 수술 후 2년간 항암을 하시면서 건강도 체력도 잘 관리하시면서 기적적으로 버텨오셨는데
이제 헤어질 준비를 해야하는구나..
한국으로 최대한 빨리 들어갈 티켓과 대한민국 입국 방역 지침을 알아보며 PCR이며 RAT이며 준비하는 시간 외에는 부정적인 잡생각이 많이 들어서 거의 게임을 미친듯이 하면서 생각을 비웠던 것 같다.
심지어 결혼식 전 6월 초에 집근처 병원에 이력서를 넣고 6월 중순에 서류전형이 붙어서
라인 매니저와 비대면으로 면접보랴 면접에 붙고 난 후에는 서류준비 및 백신 피검사 다시 하랴.. 7월 내내 입사 준비로 이미 한창 바빴다.
아빠 소식을 들은 후 7월 말에는 정신이 배로 없었다.
하필이면 결혼식 직 후 코로나 확진 받고 완치된지 채 3주가 지나지 않았기에
PCR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불안해서 한국으로 입국하기 5일 전에 시범삼아 PCR을 검사했다.
다행히 음성으로 떠서 확인하자마자
5일 뒤 출국하는 티켓을 무려 £2000를 주고 구매했다.
심지어 히스로 공항 수하물 관련 기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직항 스케줄이 없어서 2번이나 경유를 해야하는 티켓을 320만원을 준 셈
그렇게 8월 1일에 출발해서 8월 2일 오후 6시 대한민국에 근 3년 만에 귀국하게 되었다.
8월 2일부터 20일까지 단 3주만 있다 다시 출국하는 스케줄이라 정말 친하고 아끼는 친구들 지인만 연락하고 그 외 멀리 사는 친구들은 약속도 잡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아빠를 보려고 온 것이고 임종를 지킬 수 있었으면 하고 온 것이니
7월에는 아빠가 길병원 암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 도착한 날 여자친구 분과 함께 퇴원 수속을 밟고 집에서 지내셨다.
워낙 집 안에 계시는 것도 싫어하셨던만큼 자유분방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병원을 극도로 싫어하시고
입원해 계시는 동안 다른 암환자들의 극심한 고통으로 괴성과 몸부림을 칠 때 의료진들 강박을 하는 것을 보시고는 적잖은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했고 특히 정신과에서 일하면서 강박 오더 받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로서는 중환자실이나 암병동에서도 팔다리를 묶는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경험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집에 계신 아빠를 보며 든 생각은 내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그래도 좀 있겠구나 싶었다.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3주만 머무르고 가는게 불안해질 정도다.
내가 없으면 동생이나 삼촌이 그리고 여자친구 분께서 일주일에 한두번 찾아올텐데
집에서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아빠를 누가 봐주나.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캠브릿지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 두 분께서 추천서를 빠르게 진행해준 덕분에 부진했던 영국 병원 입사 과정이 드디어 마무리가 됐다.
드디어 conditional offer에서 unconditional offer로 전환되었다.
인사과에는 아버지의 시한부 선고로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미리 알려둔 상태라 10월 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두었다.
다음주 쯤 10월 입사 컨펌되면 비행기 티켓을 8월 20일에서 9월 17일로 바꾸려고 또 부지런 움직여야겠지.
결론적으로 이런 저런 일을 겪으니 블로그 포스팅에 흥미가 떨어져서 앞으로 포스팅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영국 간호사 질문 댓글 달리는 것도 눈으로는 확인해도 답글 달아주는 것 조차도 귀찮아진 것도 사실이다.
6월에 영국 병원에 이력서를 넣을 때만 해도 나중에 입사 과정을 자세히 써볼까도 했지만 이 상황을 겪으면서 영국 병원 입사가 결정되는 바람에 딱히 포스팅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아버지와 이별 준비를 마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면 병원 일에 치일 것이고 그나마 남는 시간에는 취미 생활이나 게임을 할게 뻔하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정보를 공유한다기 보다는
내가 해뒀던 것들이 아까워서 아카이빙 하려고 썼던 컨텐츠들이라 앞으로 영국 간호사 관련 포스팅은 영원히 미지수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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