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병동 매트론에게서 메일이 왔다.
징한 것. 인사과에 사직서를 냈는데 왜 또 메일을 보내?
나는 어느 병동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은 상태라
병동 인사과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가지 않았던 상태였다.
매트론이 말하길,
혹시 두 병동 매니저들에게 사직서를 보냈냐고
아직 안보냈다면 사직서를 제출하라했다.
내 담당 병동이 없지만 일단 퇴사 수순이 그러한가보다.
두 매니저에게는 다른 이유 없이
일이 그냥 맞지 않아서 관둔다고 미안하다고 써서 메일을 보냈고
매트론이 병동 적응하라고 열심히 도와준 것도 있기도해서
매트론에게는 라인 매니저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내 개인 사정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있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껴안은 채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다고
이유를 덧붙여서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GP 등록하고 왔고
내일 오전에 GP 예약을 해서 방문할 예정이다.
물론 대기열이 길겠지만 ^^
참 공감됐던게
2주 전에 문득 혼자있다가 든 생각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건 실감이 바로 났는데
빈이는 내가 좋아했던 연예인이었어서 그런가 실감이 나질 않네'
아빠 돌아가셨을 때도 물론 힘들었지만
현실이 현실 같지 않고 얼떨떨한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공허함을 참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에 나이 먹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자니
난 절대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고
나도 죽음이 더이상 두렵지 않으니 내가 선택하겠다는 신념만 확고해질뿐)
아무래도 아빠를 보내드릴 땐
내가 직접 장례식부터 재산 정리 및 사망 신고까지 직접했으니
실감이 바로 날 수 밖에
하지만 빈이의 장례식은 워낙에 비공개였기도 했고
비공개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인터넷에 영정사진을 감히 올려놓은 것 조차
보는 것은 고사하고 듣는 것 조차 힘들어서 찾아보지도 않았다.
아무튼 이로써 영국 병원 첫 병동 입사 기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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