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에서 자리잡는 중/한영 국제커플

국제 커플에서 장거리 연애, 그리고 부부가 되기까지

by 문먐미 ⋆⁺₊⋆ ♡̷̷̷ 2022. 4. 12.
728x90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장거리 연애를 어떻게 했는지 기록하려고 합니다.

국제 커플, 장거리연애 주제로 글을 쓰다보니 셀털이 많을 예정입니다. 부디 견뎌주세요...

 

 

2017년 1월 ~ 5월, 영국

2015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처음에 런던에서 카페 알바를 하다가 캠브릿지 병원에서 잡 오퍼를 받아 이사가기 전에 한 달 동안 내 로망의 도시 에딘버러에서 1달을 살아보기도 했다. 첫 근무 일주일 전에 캠브릿지로 이사를 갔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병원 - 직원 숙소 - 병원 - 직원 숙소 만 반복하며 번아웃이 올 뻔 했는데 같은 병원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댄을 알게됐다. 사실 사귈 생각은 없었는데 알면 알 수록 성품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데이트를 하며 알아보고 사귀게 되었다. 1월부터 5월 말, 짧은 기간을 함께 보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했다. 그렇게 한국-영국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다.




2017년 10 ~ 11월, 한국 일본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댄이 한국 쪽으로 오기로 했고, 오는 김에 일본 여행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여행도 계획했다. 그렇게 일본 공항에서 6개월만에 다시 만났다. 일본에서 6일, 그리고 한국에서 일주일 대략 2주 정도되는 짧은 재회였던 만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일본에서는 도쿄, 교토에서 관광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내 가족들과 친구들도 만나고 에버랜드와 경주도 다녀왔다. 



 

2018년 1월, 영국 프랑스

1월 초는 댄의 생일이기도 하고 댄과 내가 첫 만난 기념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귀기로 한 날이 아닌 처음 만났던 날을 기념일로 하고 있다. 우리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에 내가 영국에 방문했다. 댄의 본가 (현재는 시댁)에서 아직 남아있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보고 댄의 외할머니가 직접 그리신 그림도 어머니께 선물 받았다. 그림을 선물 받았을 때, '내가 언젠가 이 가족의 일원이 되겠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을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던 이유가 댄의 부모님과 처음 뵌 날 밤에 댄이 '너가 내 부모님을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서였다. 한국에서 전남친들을 만났을 때, 하나 같이 '부모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하셨대!' 라며 마치 나와 남자친구의 관계를 그의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그 점이 늘 별로였다. 결혼 한 지금도 시부모님께서 좋은 말만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셔서 뵐 때마다 늘 감사드린다. 



댄의 생일 당일에 둘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라고 댄의 부모님께서 입스위치에 위치한 당시 댄의 여동생이 일하고 있는 호텔과 애프터눈티를 예약해주셨다. 호텔 체크인 할 때 댄의 여동생이 체크인 해줬는데, 세상 그렇게 어색해보일 수가 없었다. 여동생은 워낙에 가족 행사에 큰 관여를 안하는 성향이라. 현재는 호주에서 워홀하다가 학생비자로 전환해서 살고있다.

 

다음 날에는 파리로 넘어가 디즈니 랜드에서 온갖 놀이기구 타고 먹고 돌아다니면서 이틀 동안 묵었다. 그리고 캠브릿지로 돌아와 내 전 직장 동료도 오랜만에 만나 근황 얘기도 나누고,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2018년 8월, 이탈리아

댄의 대학교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초대를 받아서 5일 휴가를 내어 이탈리아로 갔다. 외국인 결혼식은 처음이라 가기 전부터 궁금하고 많이 설렜던 기억이 난다. 댄의 대학교 친구들은 예전에 캠브릿지 살 때 한 번 봤던 친구들도 많아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루카라는 도시에 방문해서 퀴즈도 풀었는데 신랑 측 부모님께서 준비한 이벤트였다. 도시에 관한 정보들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는 그런 퀴즈 이벤트였다. 이탈리아 바르가는 신랑 신부가 첫 해외여행으로 함께 왔던 여행지였고 이렇게 둘의 결혼식도 바르가에서 진행되었다. 

 

[이탈리아 여행] 기록, 2018년 8월의 토스카나 바르가, 이탈리아

 

peppercorn.tistory.com

 

피로연 후에 밤새도록 술 마시면서 춤을 춰댔는데 새벽 3시가 되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바로 각자 영국,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피사에서 관광을 했다. 바르가는 산 속에 위치해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몰랐었는데 피사에 도착하니 오븐처럼 달구어진 더위에 미치는 줄 알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유럽의 여름이었다. 한국의 더위는 찜통에서 쪄지는 더위라면 이탈리아의 더위는 오븐에서 바싹 구워지는 더위 같았다. 전 날 웨딩 파티 즐기느라 2시간 정도 밖에 못자서 덕분에 관광하면서 찍은 셀카가 없는 것이 아쉽다.

 

 

 

2019년 4월, 한국 일본

또 다시 해가 지나 2019년, 댄이 봄 즈음에 한국에 오겠다고 했다. 봄하면 아무래도 벚꽃이니까 한국에 오는 김에 일본의 봄도 보고가라고 했다. 마침 베프도 일본 벚꽃 함께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셋이며 오사카, 고베, 교토를 일주일 동안 관광하고 왔다. 내 버킷리스트인 호그와트 교복입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하기도 달성하였다. 이것 참 티엠아이이지만 남은 버킷리스트는 이제 올란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서 해리포터 교복 입고 놀기이다. 한국에 들어와 내 가족들을 만나 식사 자리도 갖고 제주도로 넘어가 관광하였다. 나도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 가보는 제주도였다. 

 

 

728x90

 

2019년 8월, 영국

또 다시 영국, 댄의 대학교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 방문하기 위해 겸사겸사. 결혼식은 요크셔 지방에서 했고, 그 근처에 댄의 할머니와 이모 삼촌들이 살고 있어 가족들도 뵙고 왔다. 할머님은 이 때 처음 뵈었는데 히피 감성이 충만하신 분이셨다. 결혼식 참석 전에 요크도 방문해 애프터눈티도 먹고 관광도 하고, 결혼식 파티도 즐기고 왔다. 댄의 집으로 가는 길에 외삼촌 댁도 가까워서 들러서 함께 식사도 했다. 외삼촌은 영국 워홀 시절에 한 번 뵈었던 적이 있는데 외삼촌 역시 참 친절하신 분이다. 댄과 여동생이나 나나 내 남동생은 서로 대화를 나누는 편이 아닌데 시어머니와 외삼촌은 보면 베프처럼 서로 잘 챙겨주시는 사이다. 성별이 다른 혈육도 저만큼 친할 수 있다는걸 살면서 처음 본 것 같다.

 

 

2020년 1월

코로나 판데믹이 터지기 직전이었던 2020년 1월 초, 결혼 얘기가 오가고 비자를 준비 중이었기에 댄의 생일을 기념할 겸 결혼식장도 고를 겸해서 방문했다. 히스로공항에 도착하고 댄을 발견했는데 약혼 반지를 꺼내들고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했다. 시어머니 생신도 1월이라 함께 해리포터 스튜디오도 방문하고 어디서 결혼할지 뷰잉 예약해두었던 결혼식장 3군데를 둘러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웨딩홀과 계약을 마쳤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돌아가자마자 우한 폐렴이라는 전염병이 돌고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판데믹 상황에서 영국 비자를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가 장거리 연애를 극복한 방법

사실 우리는 시기가 좋아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서로 왕래를 자주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일하던 정신과에서 많은 편의를 봐주었기에 한번에 10일 넘게 휴가를 받아 해외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정신과 RN은 매우 부족하므로 당연히 나에게 맞춰줄 수 밖에 없기도 했음) 자주 왕래를 할 수 있었기에 장거리 연애가 극복이 된걸까? 어느정도 서로에 대한 그리움은 해결해주었겠지만 내가 봤을 땐 가장 중요한 장거리 연애 극복 방법은 따로 있었다.

 

나와 댄이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도 서로 가깝게 느껴졌던 것은 매주 주말마다 페이스 타임을 하면서 함께 3-4시간 동안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같이 봤던 것. 내 친한 친구도 한국의 원어민 교사와 연애를 하다가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매일 페이스 타임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 말이 점점 없어졌다고 그랬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그 잠깐하는 페이스 타임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고 결국 헤어졌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많은 고충이 있겠지만 연애라는 것이 서로에게 애정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하며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만나서 영화관 데이트를 할 수 없다면 페이스 타임을 켜서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하하호호 웃기도하며 울기도 하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