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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엔진오일/영화

헤어질 결심 (Decision to leave, 2022) 리뷰

by 문먐미 ⋆⁺₊⋆ ♡̷̷̷ 202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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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토요일 저녁, 나보다도 영화에 더 진심인 남편이 헤어질 결심 티켓을 예매해놨다.

BFI 런던 영화제에 일환으로 우리 동네에서 딱 한 번 상영해줬는데

이거 놓쳤으면 정말 후회했을듯.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는 워낙에 유명했던 국민 영화였고,

학창시절 때 신하균 배우를 엄청 좋아했어서 <박찬욱의 복수 삼부작>을 학생 때 접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내가 보기에는 복수 시리즈가 너무 다크해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그 뒤로 다시 본 적은 없어서 나이 먹고 본 뒤의 나의 감상이 달라졌을지는 모르겠다.

 

 

고로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영화 중에 하나가 바로 <아가씨, 2016>다.

물론 내게 있어 한국 영화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가씨>를 무척 재미있게 봤던 만큼 <헤어질 결심>을 향한 기대가 당연히 컸지만

<아가씨> 만큼 기대를 해도 되는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영화 시작하기에 앞서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감독의 인터뷰 영상이 짧게 플레이 되었다.

(아마 런던 영화제의 일환으로 상영했던 것이기 때문에 틀어준 영상인듯.)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에 대해 짤막히 설명해주셨는데

웃긴 장면도 많고 다양한 감정선이 영화 속에 표현되어있으니

재미있게 즐겨달라는 내용이었다.

 

 

헤어질 결심의 시놉시스 및 나의 감상

<헤어질 결심> 예고편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네이버 영화

 

 

 

 

 

영화 공간적 배경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캐릭터의 서사와 섬세한 감정선 표현,

그리고 영상미와 화면 구도 연출 방식 등

이 모든 것들이 골고루 꽉 찬 육각형을 이루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흔치 않지만

국내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리고 서구권에서도 영화덕후라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쌍두마차' 박찬욱과 봉준호가 있다. (펄-럭)

 

 

역시 감독이 박찬욱인지라

수사+로맨스라는 흔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One & Only 를 만들어냈다.

 

 

소재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불륜, 게다가 '형사'와 '살인 용의자'의 부적절한 관계와 감정을 다루었지만

이것들을 유려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풀어나감으로써

그들의 관계를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설득까지는 못하더라도

해준과 서래의 서로를 향한 애달픔과 절절함을 모두 느꼈으리라.

 

 

영화 속에서 쓰여진 정훈희의 '안개'라는 곡은 곧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삽입곡이다.

영화의 주된 공간적 배경인 '이포'와 연결되어 이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정훈희의 '안개' 가사 中

 

 

 

연출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영화의 서사를 담아내는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탕웨이와 박해일의 연기력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불륜이라는 불호인 소재를 거북하지 않고 껄끄럽지 않게 아름답게 포장하려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우 본체들의 본업력이 아닐까.

 

 

한편, '해준'의 부인 '정안'은 틈만나면 '이주임' 얘기를 꺼냈는데

(주말 부부는 이혼율이 높다, 석류가 폐경에 좋고 자라가 남자한테 좋다,

그 잘생긴 '해준'은 어디가고 요즘 사진 속 '해준'은 왜 그렇게 힘들어 보이냐는 등...)

나는 당연히 '이주임'이 여자 후배인 줄 알았지

남자 후배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고

 

 

'정안'과 '이주임' 사이에서 저런 대화들이 오간 것을 미뤄보아

그 둘은 오피스 부부일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남편은 이 조그마한 반전을 이해하지 못했고

내 얘기를 듣고 뒤늦게 이해를 했다.

 

 

 

아래 문단에 스포일러 포함 되어있습니다.

 

 

 


서래가 해준에게 있어 영원히 미결로 남을 것이라는 새드엔딩 때문인지

<아가씨>에 비해 여운이 훨씬 더 깊게 남는 영화임은 틀림없다.


 

헤어질 결심의 평가

 

<헤어질 결심>의 로튼 토마토 지수와 메타 크리틱 점수
 
<헤어질 결심>의 네이버 평점

 

 

미장센의 극치를 보여준 꽉 찬 육각형의 영화인 만큼 높은 평가라 압도적인 작품이다.

메타 크리틱에서는 꼭 봐야할 영화 태그가 붙었고

나에게 있어 올해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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