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짐 정리 및 재취업 크리 터지는 바람에 이제서야 올리는 작년 9월 일상 부산물.
시작합니다.
올 4월 남편이 우주생물학 박사학위를 시작하게 되는 바람에 다시 이사를 가야하고
병원에서 자리 잡자마자 또 다른 병원에 이력서 넣고 면접을 준비해야하는 관계로 언제 다시 출몰하게 될지 모르는..
8월 31일
장례식을 마치고 나니 엄청 바빠졌다.
아버지 사망 신고, 보험 및 재산 정리를 해야하는데
CJ 택배기사로 바삐 일하는 남동생이 맡아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가 최대한 처리를 하고 가야했다.
오전에는 보험 회사 및 통장 정리를 했고
오후에는 아빠 집에서 가져갈 유품을 고르려고 들렀다.
집에 도착해보니 아빠 간병할 때도 종종 놀러왔던 비둘기가 베란다에 앉아있었다.
올 봄에 아빠와 영통할 때 새가 베란다에 알을 낳고 새끼새가 산다는 얘기를 하셨었다.
처음에는 날짐승이 둥지를 트고 자리를 잡으니 신기해하셨는데
아빠 간병할 적에는 베란다에 똥을 싸놓는다고 나한테 얼른 내쫓으라고 그러셨다.
워낙에 아빠집 베란다에서 태어났기도 했고 새끼 때는 먹을 것도 주셨으리라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태연하게 베란다를 천천히 걸어다닌다.
이제는 아빠 없는 빈 집에 매일 찾아오겠구나
8월 31일
어제 대충 일을 보고 오늘 하루는 온전히 쉬려고 한 날이다.
오전에 시간이 남아 아빠를 보러 다녀왔다.
9월 1일
집 관련 서류 정리하는 것 때문에 아빠집에 들러서 유품 정리를 했다.
군데 군데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셨던 아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자친구분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비비크림 바르고 팩하면서 관리하는 남자는 처음 보셨다고 그랬는데
영상 통화 하면서 나한테 늘 화장하라고 하셨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본인이 열심히 관리하니까 나한테 그런 말을 하셨던 거구나 싶었다.
얼추 가져갈 유품들은 정리하고 필요없는 가구들과 물건들을 정리해줄 심부름 업체와 연락해서 추석 전에 일을 끝내기로 했다.
9월 2일
종종가는 동네 피시방에 들렀다.
여기로 자주 오게 되는 이유는 조용하기도 하지만 바로 이 고양이 때문
9월 3일
엄마가 다니는 주안에 있는 절과 간석 쪽에 있는 절을 다녀왔다.
엄마가 원하시기 때문에 동생과 반반해서 아빠 이름을 평생 절에다가 올려드렸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무교인 내가 보기엔 다 돈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신자들한테는 또 다른 의미이니 엄마 하고 싶으신 대로 했다.
요즘 죽음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한다.
죽고 난 뒤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 허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식을 낳거나 종교를 갖는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전자 후자 둘 다 별 생각이 없는 편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발버둥을 치는 것이고 죽음으로서 영원히 쉬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우리 아빠도 이제 더이상 아프지 않고 편안하시겠지.
9월 4일
집에서 점심먹고 엄마와 운동 삼아 동네 뒷산에 있는 카페에 다녀왔다.
설렁 설렁 걸어서 다녀오기 참 좋았다.
영국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엄마와 이렇게 데이트 하는 시간이 한시 한초가 아쉽고 아깝다.
9월 6일
인천 가족 공원에 있는 봉안당은 사진 위패를 넣기위해 안치 후 딱 한 번 문을 열어준다.
신청해둔 사진이 완성됐다고 하여 사진을 찾아 넣어드리고 왔다.
올 때마다 느끼는데 먼저 보낸 그리움과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함이 느껴지는 장소다.
9월 7일
친한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가족과 함께 강화에 다녀왔다.
인천이랑 강화가 가까운 것 처럼 느껴져도 차타고 다녀오는데 생각보다 멀더라..
다음에 한국에 오면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서 엄마와 함께 여기저기 다녀와볼까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기 전에 서치해서 찾아뒀던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음식점에 다녀왔다.
음식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커여운 댕댕이는 덤.
한옥식 카페도 다녀왔는데 블로그 리뷰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별.로.였다.
음료와 디저트만 후딱 먹고 나와버렸다.
여름에 야외 카페란... 벌레와의 전쟁인 것.
왜 절에 사는 길고양이들은 다 이쁜걸까?
강화에 있는 절에도 다녀오고 절 안에 있는 카페도 들렀다.
(우리가 생각했던 야외 한옥 카페가 바로 이 절에 있었다..)
이 절도 저번주에 엄마와 함께 만년 위패를 달았던 절과 마찬가지로 100만원을 받고 만년 위패를 달아주는걸 보고
절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었다.
9월 8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아버지 집에 다녀왔다.
짐 정리하는 업체가 와서 가구와 모든 짐들을 정리해주고
나는 아버지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을 EMS 로 보냈다.
집 문서 관련 서류를 정리하느라 짐 정리하는 것을 다 지켜보지는 못하고
정리해주는 업체 직원 분께서 다 정리 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저녁에는 나보고 수고했다고 엄마가 꽃게탕을 해주셨다.
9월 9일
추석을 맞이하여 엄마와 함께 월미도에 다녀왔다.
연휴라 그런지 월미도를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 초등학교 때 이후로 오랜만에 함께 타보는 월미도 유람선.
9월 10일
추석을 맞이해 엄마와 함께 봉안당에 다녀왔다.
남동생은 본인 차를 끌고가지 않으면 절대 외출을 하지 않은 편이라 동생은 빼고
얼마 전에 아빠를 뵈러 다녀와서 생화를 사가지고 가지는 않았는데
누군가가 전에 방문해 생화를 붙여놓고 간듯했다.
다녀와서는 엄마와 함께 닭목살 구이집에 다녀왔다.
엄마가 종종 보는 맛집 먹방 케이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 보고 우리 동네에도 저거하는 집이 있다고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 저녁으로 먹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사이드로 나오는 메뉴들도 다 맛있어서
다음에 한국 왔을 때도 제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곳이다.
영국가서도 종종 생각날 것 같은 맛이다.
9월 11일
연휴가 끝나가고 영국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하루하루가 아쉬운 나날들.
엄마와 함께 영종도에 다녀왔다.
가서 해물탕도 시켜먹고 왔다.
그런데 이런데서 사먹는 해물탕집은 집에서 엄마가 직접 해주시는 해물탕보다는 맛이 없다.
밤에는 최애가 TV에 나와서 엄마와 함께 시간 맞춰서 본방 챙겨봤다.
영국에 있을 때는 한국 방송 챙겨볼 수가 없었는데
최애가 사는 나라에 오니 이게 덕질이 참 수월한..
9월 12일
만년 위패를 신청한 후 처음 방문하는 주안에 있는 절.
맨 밑 정중앙 제일 좋은 자리에 아빠 이름이 올라가서 엄마와 나는 뿌듯했다.
부평에 들러 함께 빙수도 먹었다.
특히 나이가 드니까 클래식한 팥빙수가 제일 맛있게 느껴진다.
영국에서는 이런 빙수 먹기가 쉽지가 않다.
한인이 많이 사는 타운에 빙수 파는 카페가 있긴한데 영국에서 파는 모든 한식들은 퀄리티가 떨어진다.
9월 15일
오전에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빠를 보러 다녀왔다.
오는 길에는 출출해서 명랑핫도그에서 핫도그와 떡볶이 그리고 흑임자 라떼도 사가지고 왔다.
떡볶이가 딱 내 취향이라서 먼저 알았다면 맨날 사먹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9월 16일
병원에서 1주일 있는 동안 먹을게 부실해서 쪽 빠졌던 살들이
요즘에 엄마집에서 지내면서 통통히 오르고 있는 중이라 칼로리도 태울 겸 동네 뒷산을 혼자 올랐다.
동네 산에 올라 독특한 코트를 입은 산고양이도 만났고 사이비도 만났다
고양이가 귀여워서 사진 찍고 있는데
내 옆에 계신 아주머니 두 분도 고양이를 보면서 앓다가 말을 텄다.
아주머니 한 분의 따님도 미국에서 국제 결혼 후 이민가셨다고 그래서 얘기 나누다가
나보고 종교 있냐고 물어보셔서 영국은 이제 애지간히 나이 지긋히 드신 분들 혹은 특정 인종을 제외하고는 무교가 대세라고 했더니
나보고 믿을 가져보라고... (굳이)
알고보니 하나님의 교회를 믿으시는 분이었다.
사이비들은 왜 그렇게 다들 친화력이 좋은건지
한국에 있는 마지막 날에는 최애 치킨인 치토스 치킨을 시켜먹을까 새로운걸 먹어볼까 하다가
결국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됐다.
푸라닭 바질 페스토 치킨과 콘소메 치킨.
결과는 성공적. 쥰맛탱이었다.
당분간 이렇게 또 한국 브랜드 치킨을 못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다.
9월 17일
영국으로 돌아가는 날.
야간 비행기라 오전에 엄마와 함께 송내에 유명한 백숙집에 가서 백숙 한그릇 하고 왔다.
국물이 정말 진하고 속이 싹 다 풀리는 듯한 백숙이었다.
오는 길에는 동네 고양이도 봤다. 왜 고양이들은 다 사랑스러운걸까?
이른 저녁을 먹고 남동생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보안팀으로 일하고 있는 사촌 동생도 만나서
비행기 타기 전까지 안에서 함께 여태 살아왔던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보니
훌쩍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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